2012/01/16 23:01
날 때린 자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대낮 한가운데로, 날 끌고 온 사람 동년배였다
햇빛 속 자목련이 보였다 개나리꽃들이 보였다
나를 때린 자의 얼굴만 볼 수 없는 낮이었다
얼굴을 쳐다봐 새끼야 그림자 속에서
동년배의 말끝이 주먹처럼 날아올 때
나는 담장을 넘는 공을 보았다
수풀 속으로 들어간 공을 상상했다
곁눈질로 자목련을 보았다 개나리꽃들을 보았다
얼굴을 쳐다보라고 말하는 자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심장 소리가
날 때린 자에게 들렸을 거라 생각했다
내 심장에 흙이 묻은 것 같았다 심장 소리가
날 때리는 자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자목련이 보이고 개나리꽃들이 보였다
운동장에 얼굴을 처박는 꽃잎들
끌려온 자목련 끌려온 개나리꽃들을
나뭇가지 안에 넣어주고 싶었다
담장 안으로 거두어 주고 싶었다
 
때린 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나는 그의 신발 뒤축만 살짝 보았을 뿐인데
귀가 뜨겁고 얼굴이 노랬다
햇빛 속 운동장을 가로질러 날 때린 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앞 수많은 발에 밟히는 축구공처럼
꽃들이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어흥:)